↑↑ 양산장애인자립센터 감사 손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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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제28회 장애인의 날은 그 어느 해 보다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4월 11일 드디어 7년이란 긴 시간을 거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을 발표한 것이다.

장애인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권리를 누리고 행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된 영광스러운 날이다. 지체장애 2급인 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으로 장애인 인권이 한 단계 더 신장할 거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장차법 조항 중 문화예술활동 참여에 대한 부분을 보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동등하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나온다. 하지만 시행령 발표 일주일이 지나 양산시가 개최한 유채꽃 축제에서 장애인의 권리는 실종됐다.

유채꽃이 보고 싶어 혼자 축제장을 찾았지만 입구가 계단으로 돼 있어 실내체육관으로 이어진 둑길을 따라 우여곡절 끝에 양산천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개막식이 끝난 뒤 다시 유채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만끽한 후 전자랜드 앞 둑길을 통해 집으로 돌아오다가 그만 황천길을 갈 뻔했다.

오르막길이 끝나는 지점에 안전 볼라드가 설치돼 있어 비켜가다 토사가 무너지면서 전동휠체어와 함께 구르게 된 것이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아 119의 도움으로 빠져 나왔지만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왜 장애인은 당당히 축제장 입구로 들어가지 못하고 혼자 이리저리 헤매다 사고까지 당해야 하는지. 축제란 남녀노소 지위 없이 그야말로 모든 시민이 모여서 만들어 가는 잔치가 아닌가.

양산시가 경남에서 살기 좋은 도시 1위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과연 그 속에 장애인의 삶의 질은 포함돼 있는 것일까.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수많은 기업체를 가지고 있지만 장애인일자리 창출에는 너무 소극적이다.

장애인일자리 창출이나 문화행사 참여를 위해서는 이동권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안 된다. 시는 지난해 양산시민공동대책위와 약속한 ‘저상버스 증대’와 ‘장애인콜택시’, ‘예약제셔틀버스’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 위원회’창설에 필요한 조례제정이 시급한대도 시는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장차법이 시행됐지만 지자체에서 조례가 제정되지 않아,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전과 나아질 게 없는 요즘을 보면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생각난다.

언제쯤이면 옹골찬 계란에 바위가 깨질 날이 올지, 희망을 품고 그런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