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부인에게는 결혼과 육아 등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고 인생의 중년이 찾아 왔을 때 고독을 느낀 것이다.
남부러울 것이 없는 외적인 조건을 다 갖추고 살지만 군중속의 고독이랄까? 홍수 속에 마실 물이 없어서일까? 그렇게 외롭고 고독할 수가 없었다. 퇴근해서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는 남편이 원망스럽고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흔한 “사랑 한다”느니 “보고 싶다”느니, 하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다. 항상 꽃 대신에 삼겹살, 케이크 대신에 수박이나 과일뿐이었다.
여자는 귀로 산다는데 살갑게 대화를 한다거나 호젓한 호수나 바닷가를 함께 거닌 적도, 가로등 불빛 아래 꽃내음 가득한 오솔길을 단 둘이서 산책해 본 추억도 없다. 그래서 벚꽃 피는 길을 따라 먼 길을 소리도 없이 나섰던 것이다.
인간에게는 식욕과 성욕, 그리고 소유욕(명예욕) 뿐만 아니라 지성적 욕구가 있다. 이 시대의 가장 목마름은 지성적 욕구가 아닌가 싶다.
강진상 목사 평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