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불과 20여일 앞두고 전략 공천으로 지역에 발을 디딘 허 후보로서는 참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린 셈이다. 특히 기존 의원과 지역 출신 공천 신청자들을 모두 탈락시켜 시민의 반발을 불러온 한나라당으로서는 당의 하부조직마저 가동하지 못한 상태에서 친박 계열의 유 후보와 상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허 당선자는 이명박 새정부가 표방하는 친기업정책의 테크노크라트로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주장과 함께 지역의 화합을 강조하므로써 지지를 끌어냈다.
비록 짧은 선거운동 기간이었지만 오 시장 지지자들과 지방의원들 대부분이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반 한나라당 정서를 희석시켜 나간 것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또 과거 중소기업정책을 담당하면서 발로 뛰는 현장중심의 업무 스타일로 많은 기업인들과 교분을 쌓아온 것도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큰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했던 시민연합 공동대표들이 한나라당 공천에 반대하며 유재명 후보를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동안 선거법 위반으로 송사에 휘말렸던 탓인지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지역 출신이 아니라는 비판도 경제살리기 구호를 앞세운 여당 후보를 넘어뜨리진 못했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당선자는 시민들의 기대와 뿌듯한 사명감을 안고 국회로 올라갈 것이다. 낙선한 후보들은 주변정리에 들어가고, 시민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비록 40%에 불과한 낮은 투표율로 참여 민주주의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어찌 됐든 유권자의 선택으로 탄생한 당선자로 하여금 지역의 대변자로 국회 입법활동에 참여하거나 지역발전의 견인차로 매진하게 만드는 격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허 당선자는 당선의 기쁨을 누리고 있지 말고 시민들의 삶이 어떠한지, 기업활동의 애로가 무엇인지, 사회복지 분야에서 소외받는 사람은 없는지, 당장 필요한 국책사업이 무엇인지 현장을 다니며 파악하고 대책 마련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많은 시민들을 만나야 한다.
선거 기간 중에는 비록 반대편에 섰던 인사들에게도 손을 내밀어 원하는 바를 묻고 들어야 한다. 20여일 동안 지역을 돌아 다녔다고 얼마나 민심을 안다고 단언하겠는가. 타지에서 온 낙하산 공천이라고 비난했던 일부 시민들의 정서를 헤아려서 진정으로 지역 발전을 가져다 줄 국회의원이 되겠다면 우선 지역의 현상황과 환경적 여건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 유념해야 할 것은 지역화합이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국회의원과 지자체장간에 끊이지 않았던 반목과 대치가 얼마나 시민사회를 불안하고 불편하게 했는지 잘 알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이 발단이 된 불행한 사태는 평범한 시민들마저 편가르기의 희생양이 되어 각종 모임이나 행사를 개최할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알력을 발생시켜 왔다. 국회에서 우수의원으로 늘 인정받아 왔던 현역 의원이 차기 공천을 받지 못한데는 이러한 지역에서의 문제가 걸림돌이 되었다는 게 시민들의 관점이다.
허범도 국회의원 당선자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역의 어르신들을 만나 시민화합을 강조하고, 당선 직후 경쟁 후보들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협조를 부탁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또 지역 출신으로 토착주민사회의 지원을 받으며 선전했으나 아쉽게 낙선한 유재명 후보가 선거 다음날 공개적으로 결과에 승복한다는 성명을 한 것도 본인에게나 지역사회에나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유 후보는 비록 패했지만 시민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시민사회를 화합시켜 잘 사는 도시 건설에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부터 선거에서 비롯된 반목과 대립구도를 풀고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민심의 차원에서는 등 따습고 배 부른게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