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은 자신의 인격과 재산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법률상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OOO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소득, 주거, 의료 및 사회복지서비스 등을 보장받을 권리를 가진다'
여기서 OOO은 어떤 사람을 말하겠는가. 바로 장애인이다. 위의 내용은 장애인인권헌장에 나오는 구절 중 일부이다. 지구상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해당될 당연한 권리이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이런 내용을 헌장까지 만들어 주창하고 있다.
지난 20일 제28회 장애인의 날은 예년에 비해 커다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바로 열흘 전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교육권과 방송접근권 뿐만 아니라 이동권, 정보접근권, 참정권, 문화향유권 등 인간답게 살기 위해 누려야 할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전에도 장애인편의증진법이나 장애인고용촉진법 등 장애인 권익 보호를 위한 법안들이 시행되고 있었지만 강력한 제재수단이 없는 규정들로 인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공공기관에서조차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장애인편의시설의 설치나 보정을 태만히 해 왔으며, 기업체의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는 물론 임금의 차별 또한 시정되지 않고 있었다. 특히 장애인이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인간답게 살 희망 자체를 상실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50%가 채 되지 않는 장애인들의 초등학교 졸업률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특수교사의 절대부족으로 인한 특수학교 과정의 미비도 문제이지만 그러한 시설이 마련된 학교에 가고 싶어도 이동권이 확보되지 않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가정에서조차 차별받는 장애인은 단지 부끄럽다는 이유로 외출을 제지당하기도 해 교육의 기회는 커녕 필요한 정보의 수집 기회마저도 박탈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때에 정부의 장애인 인권의지가 듬뿍 담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것은 장애인 뿐 아니라 장애인 가족 전체에게 희망과 기대를 안겨주는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그 시행내용에 있어 많은 부분의 시행시기가 뒤로 미루어져 있고 꼭 필요한 규정이 빠져 있다는 장애인단체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장애를 이유로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됨을 명시하고 있기에 의미가 크다 하겠다.
이 법의 시행으로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가진 20개국 안에 들게 됐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기준 등록 장애인 수가 2백만명이 넘는다.
이는 국민의 4.2%에 해당하는 숫자로 내 가족과 친척들만 둘러 보아도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장애인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는 4백만이 넘는 장애인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내 이웃이 한 인간으로서 생활하는데 있어 제대로 된 보호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되겠는가.
모든 사회생활의 기본권리라고 해야 할 이동권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정보로부터 소외를 당하고 있는 시청각장애인의 문제들, 자기 표현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몰리기도 하는 정신지체장애인…. 게다가 장애인 관련시설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냉대와 혐오는 장애인을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이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사회의 구조적 병폐들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리라 본다. 당장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장애인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과 관점부터 변화되기를 희망해 본다. 장애인은 그들이 가진 장애는 불편할 따름이지만 그들이 사회로부터 받는 냉대와 차별을 가장 큰 아픔으로 생각하고 있다.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조의 이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장애인도 내 가족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