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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에게 이번 선거에 기권한 데 따른 벌금 5만원을 부과합니다’
만약에 우리나라 국민에게 이런 통지가 발송된다면 어이없어 하겠지만 지구 상에는 국가가 시행하는 각종 선거에 기권하는 유권자에 대하여 이렇게 제재를 가하는 나라도 있다. 일종의 투표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선진국 중에서도 볼 수 있는데 호주가 대표적인 나라다.
브라질은 벌금 부과에 그치지 않고 공직 채용, 은행 대출 등에도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미에서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가 그렇고, 유럽쪽에서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우루과이, 룩셈부르크 등의 나라에서 의무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의무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선거권의 공무(公務)적 성질을 중시한다. 하지만 이런 제도는 기권을 방지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으나, 개인적인 사무로 시간을 낼 수 없거나 정치에 대한 불신이나 무관심으로 투표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위협적 수단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채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선거권의 포기를 줄이기 위해 강제투표의 방법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투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 즉 ‘기권’도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기권이 많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소수의 적극적인 이익집단에 의한 전횡이 가능하게 돼 다수의 이익이 침탈당하는 결과가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의 투표율도 63.0%로 역대 대선에서 최저를 기록했다. 또 최근 중앙선관위에서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꼭 투표하겠다는 유권자의 비율이 지난 17대 총선과 비교해 10%포인트 감소해 올해 전국적인 투표율이 50% 안팎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후보자 선택시 고려사항으로는 34.2%가 ‘인물/능력’을, 30.8%가 ‘정책/공약’을 꼽았으며, 그 외 ‘소속정당’은 15.8%, ‘주위의 평가’ 5.4%, ‘정치경력’ 4.2%, ‘출신지역’ 1.1%, ‘개인적 연고’ 0.5%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7대 국선과 비교하여 ‘인물/능력’을 고려한다는 응답은 41.7%에서 34.2%로 감소한 반면, ‘정책/공약’을 고려한다는 응답은 15.2%에서 30.8%로 증가한 것이다.
갈수록 낮아지는 투표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정부에서는 이번 총선부터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의거해 투표를 마친 선거인에게 국·공립 유료시설 등의 이용요금을 면제 또는 할인하는 ‘투표참여자 우대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강제투표제도가 없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투표 참여를 끌어내려는 고육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민들은 억지 정책보다는 정치인들 스스로가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아름다운 정치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산지역의 과거 국회의원선거 투표율을 살펴보면 15대 61.3%, 16대 51.8%, 17대 58.1%로 같은 시기의 전국 투표율인 63.9%, 57.2%, 60.6% 에 못미치는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제18대 국회의원선거의 투표율이 50%도 안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상에는 특별한 이슈도 없고 날카로운 구도도 없고, 뚜렷한 정책 대결도 없는 이른바 ‘3무(無) 선거’의 영향도 크다. 후보자 확정시기가 늦어진 것이나 주요 정당의 정책이 유권자들에게 쟁점화되지 않는 것이 원인이 되고 있는 것. 무관심한 유권자가 늘어날수록 투표율이 떨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양산의 유권자수는 4월 2일 현재 17만1천714명으로 지난 17대 총선때보다 2만3천여명이 늘어났다. 특히 19세로 처음 선거권을 행사하는 젊은이가 3천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지역별로는 웅상 4개 동 지역이 5만7천146명, 물금읍을 포함한 중앙, 강서, 삼성동지역이 8만1천283명이고 그 외 지역이 3만3천285명이다.
선거에서 투표하는 것은 유권자의 권리다. 그 말은 투표하지 않는 것도 권리라는 말이다. 하지만 시민 유권자 모두가 ‘나 하나 빠진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 하는 심정으로 투표를 기피한다면 진정한 민의의 대변자를 선출할 수 없다. 지극히 낮은 투표율과 지지율을 등에 업고 당선된 후보자가 어찌 국회에 진출해서 지역을 대표한다고 큰소리를 칠 수 있겠는가.
국민을 위한 입법활동에 나설 지역의 대표가 누가 되어야 할지 다시 한 번 꼼꼼하게 따져본 뒤에 투표소를 찾는 시민들의 행렬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