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계영 양산시청소년종합지원센터 상담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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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인 A양은 학교 점심시간이 되면 방황하기 시작한다. 급식비를 꼬박꼬박 내고 있지만 급식소에 가지 못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급하게 학교 담을 넘다가 팔을 다쳤다. A양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같은 학년의 B양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이다. A와 B는 작년 학기 말, 몇 차례 언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폭력적인 행동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A양을 이토록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활달하고 과격한 B양을 동조하는 학교 친구들의 ‘침묵’때문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학교 폭력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대처방식 1위가 ‘혼자 고민하기’ 아니면 ‘자신의 어려움과 상대방에 대한 분노, 미움 등을 그냥 무시해버리기’라고 한다.
다른 사람과 의논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피해자의 마음이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못할 것’이라고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잘 알지만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의 친구들(방관자)이 있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해자의 신체·언어·정신적 폭력에 의한 1차 피해에 덧붙여, 혹시 불똥이 튈까봐 이런 상황을 모른 척 하는 주변 친구들로 인해 이중의 고통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은 대부분 굉장히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하면서 가해이유를 물어보면 가장 많은 대답이 “그냥요” 내지는 “재수 없어서”이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생각에서 시작된 학교폭력이 주변 학생들의 ‘침묵’과 그 상황을 ‘모르는 척’ 행동함으로써 피해자를 점점 더 위축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집단 따돌림이 지속되거나 또 다른 친구가 피해자가 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학교폭력 피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해행동이 반복되기 전에 피해학생 본인 또는 주변 학생들이 적절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소수의 가해자가 행하는 신체·언어·정신적인 폭력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다수가 힘을 모아 ‘우리는 학교폭력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라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선생님과 부모님 또는 청소년종합지원센터(청소년전화 1388)에 누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익명으로라도 알리는 것이다.
학교폭력 사실을 알리는 것은 결코 고자질이 아니다. 가해자는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계속 괴롭혀도 주변에서 제재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더욱 악의적으로 괴롭히게 됨으로 결과적으로 알면서도 침묵해버리는 것은 함께 폭력행동을 한 것과 같다.
따라서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가해학생의 행동을 멈추게 도와주고, 피해학생 뿐만 아니라 나도 예외가 될 수 없는 폭력적 환경을 없애는 가장 빠른 방법임을 꼭 기억해야한다.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갈등과 문제가 작은 불씨라면 바로 옆에 있는 학급 내 친구들은 그 불씨를 두고 보다 무서운 불덩이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작은 불씨를 함께 꺼버릴 수도 있는 엄청난 힘을 가졌다. 혼자 나서는 것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서로의 작은 관심들이 모인다면 학교폭력은 반드시 추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