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박명수 씨의 '호통 개그'가 유행을 하더니 너도나도 '버럭' 하나 보다.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고 말이다. 지난 10일 평산동 적십자봉사회 결성식에 참석한 한 도의원의 호통이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취임 회장의 인사말과 참석자들의 격려사와 축사가 이어지며 특별할 것 없이 진행되면서 행사가 잘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다. 사실 행사 가운데 열에 아홉은 그렇게 끝난다. 그런데 행사 말미에 문제가 생겼다. 봉사회 결성식을 축하하기 위해 보낸 김양수 국회의원의 축전이 말썽의 소지가 됐다. 참석자들의 격려사와 축사가 길어지면서 행사 시간이 늘어나자 사회자는 "김양수 의원이 축전을 보내줘 감사하다. 시간 관계상 내용은 생략하겠다"고 말하면서 다음 순서로 넘어가려 했다.그런데 행사에 참석한 한 도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왜 지역 국회의원의 축전을 읽지 않느냐는 것이다. 사회자에게 그것은 잘못된 것이며 예의가 아니라고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러면서 행사장 앞으로 걸어 나와 사회자가 들고 있던 축전을 빼앗아 적십자봉사회 회원들에게 국회의원 축사는 당연히 읽어야 하니 읽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축전을 읽었다. 경남도에서 양산시민을 대표한다는 도의원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축전이기에 뭐 대단한 내용이라도 있으려니 생각했지만 내용은 단순히 '봉사회 결성식을 축하한다'라는 것이 전부였다. 도의원이 읽은 국회원의의 형식적인 축전을 듣고 '국회의원이 정말 우리를 축하해주는구나!'라고 생각한 봉사회 회원이 얼마나 있을까. 백번 양보해서 회원들이 국회의원의 진정을 느꼈다손 치더라도 예의가 아니라고 큰 소리 친 도의원의 행동은 예의란 말인가. 적십자봉사회는 '정치 불간섭 원칙'으로 정치인 초청은 원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이날 참석한 도의원은 자기가 알아서 온 것이다. 그런데도 축사할 시간까지 배려했다면 이런 식으로 무례를 범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개그맨 박명수씨의 호통은 후련한 박장대소를 하게 하지만 이날 도의원의 호통은 주변의 실소만 자아내고 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