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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멀리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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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10/31 10:02 수정 2017.10.31 10:02
1년 전 촛불 의미를 되돌아보다
불평등ㆍ불공정에 분노한 국민
1년 후 촛불에 갇힌 변화 없는 일상
우리가 사는 지역을 위한 촛불 필요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가끔 어린 아이들이 싸우고 있는 장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피식 웃음이 나곤 한다. 자기들 딴엔 무척이나 진지한 논쟁을 펼치고 있지만 하나하나 내용을 따져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열을 올리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단 어린아이 싸움뿐만 아니라 어른 싸움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걸음씩 물러나 바라보면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일에 때론 목숨을 걸기도 한다. 사람들이 태산이 아니라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는 말은 사소한 일이 때론 더 큰 다툼을 가져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가까이에서 바라볼 때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멀리서 바라볼 때 찾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이맘 때 우리는 놀라운 경험을 해야 했다. 국가정책을 좌우하는 대통령을 좌우하는 또 다른 비선실세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웠는데, 국정마저 사사로운 이익으로 좌우했다는 사실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국민은 경악했다. 1년 전 “이게 나라냐?”며 분노한 국민은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대통령 탄핵과 구속, 그리고 새로운 정부 출범에 이르는 과정이 첫 걸음을 내딛은 촛불 시작이 바로 1년 전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가 돌아본다. 국민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했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켰다는 것 외에 우리 일상은 어떤 변화를 맞았는가 돌이켜보면 조용한 일상으로 되돌아간 것 외에 그다지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다. 새 정부는 ‘적폐 청산’을 외치며 과거 정권이 행했던 어두운 관행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 어떤 이는 환호하고, 어떤 이는 염려하고 있다. 


촛불은 어둠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 1년 전 촛불을 들고 나섰던 국민은 정치ㆍ사회 전반에 걸쳐 불합리하게 퍼져 있던 불평등과 불공정에 분노했고, 이를 개선하기를 원했다. 1년 전 촛불을 통해 보여준 국민 요구는 단순했다. “이게 나라냐?”라며 분노했던 국민은 ‘나라다운 나라’를 원했고, 추운 겨울 내내 광장에 서야 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촛불이 밝히려 했던 어두움을 다 몰아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오히려 혼란은 끝나지 않은 채 현재진행형이다.


1년 전 여러 편 글을 통해 촛불 의미와 앞으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들여다봤다.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예전에 썼던 글들을 꼼꼼히 읽어내려간다. 지금과 큰 생각 차이는 아니지만 때론 흥분에 휩싸여 과한 표현을 남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드는 글도 있고, 언론인이라는 핑계 아닌 핑계로 ‘공정’을 가장한 비겁이 숨어있었던 것은 아닌지 후회가 남는 글도 눈에 들어왔다. 


그 가운데 1년이 지난 지금, 더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지역’이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비춰졌으면 하는 바람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히려 간절해진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정부 또는 국회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뉴스 홍수에 살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 벌어진 그릇된 관행이 하나둘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해 듣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시 ‘지역’은 사라졌다. 전국 이슈에 묻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또다른 문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외면받고 있는 상황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촛불 이전이나 그 이후나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모두 시선이 ‘서울’로 향해 있는 동안 ‘지역’은 존재감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저 멀리 있는 불평등과 불공정에 분노하면서 정작 우리 가까이 있는 불평등과 불공정을 보지 못하는 세월이 자꾸만 늘고 있다. 한 해 예산만 1조원이 넘는 양산시를 어떤 철학과 정책목표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는지 관심 가지는 시민은 많지 않다. 여야 할 것 없이 그들만의 축제 속에 갇혀 있는 지역정치권을 비추는 지역 촛불은 많은 어두움을 몰아내기에 그 빛이 여전히 약하다. 


1년이란 시간, 우리는 광화문을 밝혔던 촛불 속에 여전히 갇혀 있는지 모른다. 자세히 보려면 멀리서 보라는 말처럼 1년 전 촛불에서 벗어나 새로운 촛불을 밝히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빛이 지역에도 환한 빛을 비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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