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냉엄한 민심의 심판 속에 마무리됐다. 집권여당이자 지역정서 속에 오랜 지지를 받아온 한나라당은 ‘변화’라는 과제를 부여받았고, 야권은 ‘가능성’이라는 희망을 발견했다.↑↑ 지난 4일 6.2 지방선거 당선자에 대한 당선증 교부식이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당선자들은 한 목소리로 “화합을 통한 지역발전”을 강조했다. 이들의 행보가 시민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결과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거둔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나동연 후보를 시장에 당선시켰고, 도의원 3명과 시의원 7명이 당선되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다른 지역의 선거 결과와 비교하면 양산의 경우 한나라당은 비교적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나라당은 이른바 ‘텃밭’이라 불려온 양산지역에서 불안한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등 돌린 민심, 야권ㆍ무소속 지지
우선 경남도지사 선거 결과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는 46.31%(4만7천551표)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무소속 김두관 후보(51.81%, 5만3천195표)에게 뒤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부재자 투표를 포함한 73곳의 투표구에서 이달곤 후보는 29곳, 김두관 후보는 44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한 김두관 후보는 25.4%의 지지를 받아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받은 63.1%의 지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기록한 바 있다.
나동연 후보가 당선된 시장 선거에서도 나 후보는 40.79%(4만1천890표)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민주당 정병문 후보 30.4%(3만1천223표), 무소속 김일권 후보 16.06%(1만6천500표)를 기록해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나 후보보다 많은 득표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54%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양산시민 10명 가운데 5명이 기권했고, 선거에 참여한 5명 가운데 2명의 지지를 받아 나 후보가 당선된 셈이다.
도의원 선거에서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50%대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한나라당 후보들이 이번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와 함께 개표 마지막까지 팽팽한 대결 양상을 보인 것도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지역 정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시의원 선거 역시 모두 6곳의 선거구에서 각각 야권과 무소속 후보 6명이 당선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라 선거구(동면·양주동) 민주노동당 심경숙 후보와 바 선거구(덕계·평산) 무소속 황윤영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1위로 당선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정당지지도를 가늠할 수 있는 비례대표 선거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도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46.25%, 민주당 27.81%, 민주노동당 8.09%, 국민참여당 7.31%, 친박연합 4.05%, 진보신당 1.97%, 자유선진당 1.75%, 사회당 0.35% 순으로 집계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 구도로 진행된 시의원 비례대표에서는 한나라당 51.24%, 민주당 46.25%로 팽팽한 대결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의 향방은 매 선거 때마다 공천 잡음을 일삼아온 한나라당에 대해 더 이상 지역정서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더 이상 유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선거 결과에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갈 곳 없는 민심, 지역밀착형 행보 주문
하지만 이러한 정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야권은 민심의 지지를 얻는데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권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야권연대를 통해 단일후보를 내세웠다. 하지만 시의원 심경숙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낙선하는 결과를 맞았다. 한나라당 후보와 대등한 경쟁을 펼친 후보는 대부분 한나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이었다. 특히 시장 선거에서 8년의 의정활동을 바탕으로 시장에 출마한 무소속 김일권 후보의 선전은 야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에 뿌리를 두지 않은 채 선거 때가 되면 모습을 보여 온 야권이 지역정치에서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발견한 ‘희망’을 지역밀착형 정치로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평가다.
지방선거에 앞서 후보 단일화를 이끌어낸 야권의 노력을 평가할 만하지만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내겠다는 당초 목표가 시장 1명, 도의원 1명, 시의원 2명 등 4명의 후보를 내는데 그쳐 협소한 인재풀을 보여줬다는 점도 야권이 극복해야할 과제로 떠올랐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 결과 지역정치권에 던져진 과제는 책임정치와 지역화합을 실현하고, 보다 유권자에게 다가서는 지역밀착형 정치를 구체화하는 일이라는 평가다. 민심은 안심하고 기댈 정치세력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