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국회의원 재선거가 막을 내렸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정가는 선거후유증으로 한바탕 몸살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박희태 후보의 당선으로 한나라당 집안 사정은 교통정리가 복잡해졌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를 희망하는 예비후보자들이 대부분 박희태 후보를 지지하면서 거대해진 몸집을 정리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일부 시의원들과의 관계 설정 역시 지방선거 이전에 관심을 끌고 있는 대목이다.
박희태 당선자는 당선 소감에서 ‘화합’을 내세우며 지역 발전을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어 지지자별로 나눠진 지역민심을 추스르기 위한 당선자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선거에서 박희태 당선자의 공천으로 극심한 내분을 겪었다. 박 당선자의 공천에 반발해 김양수, 유재명, 김용구 후보 등이 무소속으로 출마를 감행했고, 이 과정에서 김양수 후보를 지지한 한나라당 소속 김일권ㆍ허강희ㆍ최영호 시의원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공천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삭발까지 했다.
이미 양산시의회 의원 간 갈등은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양상으로 나타났지만 이번 재선거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면서도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한 의원 간 갈등이 표면 아래로 잠복한 채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가 중대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한나라당 성향 예비후보자들간에 공천을 둘러싼 기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재선거에서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인 친노세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지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민주당 송인배 후보는 아쉬운 낙선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정치적 성과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른 바 ‘노풍’에 힘입어 양산지역에서 선전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또 다시 ‘노풍’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확인한 민심을 지방선거까지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야권의 연대 전략 역시 지방선거의 화두가 됐다.
공교롭게도 이번 선거에서 단일화가 무산된 민주노동당 박승흡 후보가 얻은 2천836표는 송인배 후보와 박희태 후보의 표차인 3천299표에 근접한 수치여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연합이 다음 지방선거에서 더욱 절실해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입장에서 내년 지방선거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어 인재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대부분의 정치지망생들이 한나라당으로 쏠려 있는 상황에서 지방선거에 나설 인재를 발굴하는 일이 우호적인 재선거 민심을 정치적 결실로 만들어갈 수 있는 첫 걸음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