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통도사에서 열린 백중기도회에는 오는 10월 재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들이 대거 몰려 기도회를 찾은 수천명의 불교 신도들과 시민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기도회에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출마 의사를 수차례 밝힌 뒤 양산을 첫 공식방문한 자리여서 더욱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혀온 박 대표는 이날 기도회에서도 출마와 관련한 말을 아끼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양산 방문 자체로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는 평가다. 또한 지난 17일에는 박 대표의 부인이 신도시 청어람아파트에 전입신고를 마치면서 양산 출마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집권당인 한나라당 대표의 출마는 이번 재선거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며 숨 가쁜 재선거 일정이 시작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박 대표 외에도 이날 통도사에는 김양수 전 국회의원, 이장권 전 도의원, 이상대 부산외대 겸임교수,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김두관 전 행정안전부 장관, 송인배 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 등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출마예상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후보자들은 서로 눈짓으로 인사를 건네거나 가벼운 악수를 하는 등 어색한 만남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당의 대표가 출마 행보를 보이자 출마예상자들은 재선거에서 저마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취재진들을 향해 다양한 말들을 쏟아냈다.
우선 공천 경쟁에 나서야 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은 박 대표의 출마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양수 전 의원은 “박 대표가 오히려 민심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김 전 의원은 “이번 선거는 양산의 일꾼을 뽑는 선거로 중앙 정치 논리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며 박 대표의 출마 행보를 견제하기도 했다.
이장권, 이상대 예비후보 역시 한나라당의 공천이 그동안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오히려 지역 민심이 이반되고 있다며 지역 화합을 위해 지역출신인 자신이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친박 성향의 유재명 예비후보는 한나라당의 전략공천 움직임을 비판하며 양산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가운데 친박 성향의 유권자와 지역 유권자를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김두관 전 장관과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참석해 민주개혁세력의 단일 후보에 대해 언급하며 박 대표 출마의 겨냥, 이번 재선거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독선을 견제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남지역 개혁세력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 대표를 제외한 예비후보들이 일제히 박 대표의 출마를 견제하는 가운데 정작 박 대표는 자신의 입장과 관련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보였다. 대신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과의 환담에서 “양산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부인을 내원사 계곡에서 만났다”며 양산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 부산·경남 민생투어 일정으로 통도사를 방문한 박 대표는 이날 성보박물관을 둘러본 뒤 기도회에 참석, 점심식사까지 통도사에서 마친 뒤 울산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