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이합집산을 보여 온 지역정가가 다시 한 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지역여론을 충실히 중앙정치권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는 10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성향의 지역정가는 ‘눈치보기’에 급급한 채 지역발전을 위한 공론의 장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각개약진을 준비하고 있어 또 한 번 ‘양산’ 없는 그들만의 선거를 치루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현재 재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지역인사는 10여명에 달하지만 지역정가와 유권자의 관심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출마 여부에 쏠려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김양수 전 국회의원의 출마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출마에 대한 찬반 여론이 분분한 가운데 당 소속 지역인사들조차도 세력이 나뉘어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이러한 상황은 민주당과 친노세력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인사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송인배 전 청와대 행정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다. 하지만 문 비서실장은 현실정치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김두관 전 장관 역시 박 대표 출마설과 맞물려 거론되고 있지만 명분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 전 행정관의 경우 2차례 양산에 출마한 경력이 있고 지난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이후 내부조율을 거쳐 입장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역 내 민주당 성향 세력이 참여정부 기간 동안의 선거를 거치면서 지역기반을 대부분 상실해 지역의 목소리를 전해줄 통로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여야 두 정치세력 모두 양산에서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재선거가 중앙의 정치논리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양산’ 없는 선거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양측 모두 각종 선거를 거치면서 이합집산을 거듭해 내부에서부터 구심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의 경우 김양수 전 의원과 허범도 전 의원이 낙하산 공천을 둘러싼 논란에 불구하고 당선되었지만 오히려 분열만 가속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무소속 오근섭 시장과의 계속된 갈등은 한나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끊임없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인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참여정부 당시 지역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당내 기득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으로 구심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다시 구심점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허약한 지역기반을 극복할 수 있을 지 여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