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31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구성된 제4대 시의회는 13명의 의원 가운데 4명을 제외한 9명의 의원이 초선으로 변화의 바람이 거셌다. 또한 처음으로 실시한 중대선거구제와 정당공천제, 지방의회 유급제 실시 등으로 지난 시의회와는 다른 시민들의 기대를 받아 왔다.
정당공천제도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시의회 사상 첫 여성의원을 2명씩이나 탄생시켰고, 유급제는 보다 많은 전문성과 헌신성을 시의회에 요구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막상 제4대 시의회의 뚜껑을 열어보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다.
우선 달라진 시의회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첫 번째 숙제이다.
제4대 시의회는 개원 과정 의장단 선출에서 정당공천제로 인한 불협화음으로 시민들에게 실망을 먼저 안겨주며 시작했다. 하지만 첫 임시회를 통해 주요현장 사업 방문, 민원에 대한 신속한 대처 등을 보여주며 긍정적인 변화를 조심스레 점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시의회의 변화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시민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시의회의 잘못을 지적할 뿐만 아니라 성실한 활동을 칭찬해줄 관객이 없는 셈이다.
지난해 관내 진보단체들로 구성된 민중연대가 처음으로 시의회 제73회 임시회 본회의를 방청한 적이 있다.
당시 시의회가 집행부를 상대로 진행한 시정질의를 방청한 민중연대 소속 회원들은 한 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의회가 집행부 공무원을 상대로 시정감시를 위해 던지는 질문과 태도가 수준 이하였기 때문이다. 이후 민중연대는 시의회 감시의 필요성을 느끼고 시정 모니터링을 다짐했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또한 그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일부 시민단체가 꾸준한 시의회 감시를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시의회는 ‘그들만의 리그’로 남아 있다.
물론 언론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에 시의회를 담당하는 기자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하는 점은 여전한 고민으로 남아 있다.
각자의 일상이 바쁜 현대 사회에서 시민들이 직접 시의회를 지켜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 외에도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세력 가운데 공적 기관을 견제하는 시민 사회의 성숙은 언론의 성숙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당초 예산과 추경을 포함해 한해 4천억원에 이르는 예산이 시의회를 통해 승인되고 있다. 시민들의 혈세가 어떻게 편성되고 집행되는지 시민에게는 알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원론적인 말이 행동을 통해 실현되기 어려운 현실.
정치가 시민을 외면했는지, 시민들이 정치를 외면했는지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하는 해묵은 논쟁이다. 결국 자신의 것을 자신이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더욱이 사춘기 청소년처럼 발전과 쇠퇴의 가능성이 모두 열린 양산의 경우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바로 새로운 양산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관객의 야유도, 박수도 없는 무대는 텅 빈 무대일 뿐이다.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자질론’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은 선거운동기간 15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4년 임기 동안 성실한 의원을 가려내는 것도 포함된다.
이제 첫 걸음을 내딛은 제4대 시의회가 지금의 열정처럼 4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시민의 눈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릴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