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1992년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It is the economy, stupid!’라고 말했다. 당시 클린턴 캠프 대표 구호였던 이 문장은 당시 어떤 연설도, 선거운동도 필요 없이 유권자 심정을 대변하는 말로 손꼽혔다.
16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태평양을 건너 우리 대한민국에도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는 문장이다. 굳이 조금 더 정확하게 할 것 같으면 ‘여전히’라는 단어를 추가하면 된다.
그렇다 ‘여전히’ 문제는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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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에 2008년 세계 금융위기까지 10년 주기 경제 쇼크를 입은 우리는 이미 장기 침체에 익숙해져 있다. 선거마다 모든 후보가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서지만 사람들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그만큼 지키기 힘든 약속이란 걸 유권자도 잘 알기 때문이다.
“신도시 덕분에 인구가 엄청 늘어난 건 사실이죠. 그런데 소비 인구도 과연 그만큼 늘어났을까요? 절대 우리 기대치만큼은 아닙니다. 솔직히 신도시 대부분이 ‘베드타운’ 아닙니까? 맞벌이 부부가 잠만 자고 다시 일하러 가는 게 현실입니다”
↑↑ 오중석(53) 양산남부시장 상인회장 “신도시는 사실상 ‘베드타운’이다. 신도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건 어리석다. 시장을 살리려면 시설개선 더 해야한다” |
ⓒ 양산시민신문 |
오중석(53) 양산남부시장 상인회장은 신도시가 내수 활성화에 기대만큼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아파트 중심 신도시는 사실상 ‘베드타운’ 기능이 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준공한 물금 증산신도시에 현재로선 소비 인구가 집중하고 있지만 양산지역 전체 시장이 커진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범어신도시가 처음 생겼을 때 양주신도시(양주택지) 상권이 죽었던 것처럼, 증산신도시 상권이 활성화하자 최근에는 범어신도시가 죽어가고 있다. 상권이 옮겨갈 뿐 인구 증가에 따른 소비시장 성장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오래전부터 영업하던 상인들은 더 그렇다. 상권 따라 가게를 옮길 여유는 없고, 그렇다고 손님 발길 끊긴 곳에서 무작정 장사하자니 하루하루가 힘들다.
“이익은 노점상이 다 갖는 축제, 지역경제 도움 안 돼”
“미나리축제요? 그거 시작하면 도심지 상권은 더 죽어요. 3월이 가장 장사가 잘 되는 때인데, 미나리축제를 시작하면 매출이 급감합니다. 미나리축제는 그나마 주민들이라도 돈을 벌지만 솔직히 매화축제나 벚꽃축제하면 누가 돈을 법니까? 돈은 외지 노점상들이 끌어가잖아요. 축제로 정작 지역 상권은 더 침체하고 있어요”
↑↑ 신갑섭(59) 양산시외식업 부지부장 “지역축제가 실제 주민 소득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불러올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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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택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신갑섭(59) (사)한국외식업중앙회 경남도지회 양산시지부 부지부장은 지역 축제가 실제 지역 소득창출 또는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유도할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들이 외부 노점상을 대신할 수 있도록 돕고, 지역 내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화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경은(30) 자영업 “주민이 주축 되는 프리마켓 등을 행정이 뒷받침하고, 동시에 규제도 완화해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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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부지부장 의견에 간담회 참가자 대부분이 동의했다. 특히 자영업을 하고 있는 한경은(30) 씨는 “우리 지역 행사에 우리 지역 식당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지금 그런 자리를 만들고 있는 게 ‘러브양산맘’이라는 인터넷 카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씨는 “지역 주민이면서 동시에 사업자이기도 한 엄마들이 러브양산맘이 주최하는 프리마켓에 참가해 다양한 물건을 팔아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행정에서 뒷받침하고 규제를 현실화하는 게 실제 지역경제에 가장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대연(39) (주)동성 차장 “관급공사에 지역업체가 참여할 기회를 행정에서 직접 챙겨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 버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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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아쉬움도 빠지지 않았다. 노동자를 고용하는 입장에서는 사실 직접적인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에서 주장하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체감하려면 최소한 2~3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내 코가 석 자’인 상황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인력 공급업체 김대연(39) (주)동성 차장은 “최저임금을 올리니까 원청업체에서 ‘장난질’을 많이 하고 있다. 급여를 올리는 대신 휴게시간을 늘리는 거다. 그래서 최저임금은 16.4% 올랐지만 실제 노동자들 급여는 5% 수준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최저임금은 인상하는 게 맞지만 이번에 너무 급하게 오른 건 사실”이라며 “우리 같은 아웃소싱 업체들은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 이동호(46) 양산시 강소농협의회장 “농업도 제조업과 마찬가지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술개발이 필요한데 그런 게 없다. 농업직 공무원도 줄어들고 있어 문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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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에 대한 아쉬움은 농업도 마찬가지다. 양산은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보니 특히 더 그렇다. 이동호(46) 양산시강소농협의회장은 농업 부문에 규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특히 농산물 가공ㆍ저장 시설 설치가 어렵다 보니 판로 개척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울수록 R&D 지원 늘려야 작은 기업도 살아남아”
기술 연구 지원도 문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작물을 재배하려면 그만큼 기술과 시설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양산은 연구시설이 전혀 없다. 이 회장은 “색다른 작물을 재배하려면 농민들이 직접 창원이나 진주 등 다른 도시에 가서 배워야 한다”며 “기업처럼 농업도 R&D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연구해야 하는데 양산에는 그런 뒷받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지금 양산시농업기술센터에는 기본적으로 이런 지원을 할 예산이 없고 농업직 공무원마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예산을 늘리고 농업직 공무원 정원을 확대해 연구개발 등 농업 정책을 고민할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류정식(53) 상공회의소 진흥사업팀장 “결국 기업 경쟁력은 기술연구다. 특히 작은 기업일수록 R&D 투자가 필요하다. 행정에서는 이런 부분을 지원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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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기업만 2천200여곳에 이르는 만큼 중소기업 지원이 중심에 서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했다. 류정식(53) 양산상공회의소 진흥사업팀장은 “우리 지역 기업 대부분이 직접 소비재 생산이 아닌 2, 3차 협력업체기 때문에 본인들 경영 능력과 관계없이 ‘경기’에 따라 휘청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일수록 R&D에 투자해 기술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팀장은 작은 기업일수록 기술력이 곧 경쟁력이라며 “행정이나 정치권에서는 이들 기업이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팀장은 “지금 정부가 R&D 투자에 많은 지원을 이어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작은 기업들은 제도를 잘 모르거나, 알아도 절차가 복잡하고 어려워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좀 더 쉽게 접근하고,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오중석 회장은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시설 개선에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신갑섭 부지부장은 “원도심처럼 상권이 침체한 택지는 전선지중화 등으로 외관부터 깔끔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연 차장은 “축제에 지역 업체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것처럼, 양산시가 각종 관급사업에 지역 업체가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고, 류정식 팀장은 “지역에 경제 관련 바이어 등이 많이 오고 추진할만한 행사도 많은데 정작 컨벤션 같은 공간이 없다”며 “이런 시설을 갖춰야 기업인들이 양산에서 먹고 자고 (돈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