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도 거리마다 매력을 심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서 찾아봤다. 다른 지자체는 거리에 어떤 문화를 심고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는지 말이다.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면 양산에도 적용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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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문화가 살아있는 ‘젊음의 거리’는 ‘고양시’처럼
‘버스킹’은 거리 문화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콘텐츠로 손꼽힌다. 양산시 역시 지난 4월부터 중부동 젊음의 거리 일대를 ‘거리문화 활성화’를 위한 버스킹 존으로 지정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중부동 젊음의 거리 버스킹 존은 지역 젊은 문화활동 인구가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고, 시민 문화 욕구 충족과 지역 상권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하지만 무대, 음향, 조명 등 버스킹을 위한 시설은 물론, 버스킹 공연자 등록 혜택 등 부족한 지원으로 지역 예술인 자발적인 참여 욕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편, 거리 곳곳에 버스킹 존을 설치해 ‘버스킹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경기도 고양시다. 고양시는 거리예술 문화를 이끌어갈 ‘G-버스커’를 상시 모집하며 G-버스커로 등록한 이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마술, 악기, 노래, 댄스, 퍼포먼스, 전시 등 모집하는 분야도 다양하다. 특히 지역에서 주민자치센터나 문화센터 예술 강좌 수강생 팀, 실용음악학원 등 교육기관 팀, 학교 동아리 팀을 우대하며 G-버스커로 선정된 이들에게는 공연 소양교육, 거리공연 존 공연 자격 부여, 우수 단체 공연 지원금과 고양시 축제 참여 기회 제공, 거리공연 장소와 장비 등 진행 지원 같은 혜택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예술인들은 ‘G-버스커’라는 이름을 자랑처럼 생각하며 공연에 임한다.
이렇게 G-버스커로 등록한 고양시 내 예술인은 모두 152개 팀. 버스킹에 참여하는 팀이 많은 만큼, 고양시는 ‘장항동 라페스타 문화의 거리’를 시작으로 벌써 9곳을 공식 버스킹 존으로 지정하고 평일, 주말할 것 없이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고양 신한류예술단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G-버스커 등록자에 대한 정보는 물론, 공연 일정, 버스킹 존 등을 안내하고 있다.
고양시가 추구하는 거리문화는 시민과 예술인이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끼를 발산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다. 행정에서는 시민과 동아리, 예술인 등 민간이 주도적으로 거리문화를 창조할 수 있도록 기회 제공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 버스킹의 도시 고양시. |
ⓒ 양산시민신문 |
↑↑ 중부동 젊음의 거리. |
ⓒ 양산시민신문 |
흉물이었던 노원구 먹자골목에 문화 더했더니 상권 살리고 시민 이끄는 ‘보물단지’
평산동 먹자골목은 밤이 되면 시끌시끌해진다.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사람들 발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딱 거기서 끝이다. 먹자골목이라고 불리지만, 실상은 음주가무가 위주인 곳이다.
이곳 상인들은 먹자골목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 사람들 발길을 끌어당길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인근에 있는 평산음악공원과 연계해 ‘언제든 찾으면 볼거리가 있고 먹거리가 있는 거리’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어려움은 있다. 평산음악공원과 먹자골목을 연계하기 위한 문화 프로그램 구성, 지역 예술인 섭외, 홍보 등에 손이 가야 하지만, 이를 책임져줄 사람도 마땅한 방안도 없는 상황이다.
평산동 먹자골목과 같은 고민을 했던 곳이 있다. 서울시 노원구 노원역 근처 먹자골목이다. 이곳 역시 2007년 이전만 해도 유흥가로만 여겨지며 한때 ‘흉물’ 취급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먹자골목을 리모델링하고 ‘노원 문화의 거리’로 꾸며 볼거리와 먹거리가 더해진 강북 최대 문화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뿐만 아니다. 아코디언 연주자, 저글링하는 광대, 피에로와 비보이가 어우러진 ‘PLAY’ 동상을 비롯해 거리의 악사 조각상, 노원의 악동 등 거리 곳곳에 동상을 세워 문화를 심었다. 거리 야외무대에서는 2007년부터 ‘토요 아트 페스티벌’을 10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이와 함께 이 일대를 ‘주말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 시민과 관광객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길로 만든 것도 이곳을 되살아나게 만든 한 요소가 됐다.
↑↑ 노원구 먹자골목. |
ⓒ 양산시민신문 |
↑↑ 평산동 먹자골목. |
ⓒ 양산시민신문 |
침체된 원도심, 시장을 매개로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다
울산광역시 중구, 울산의 중심에 있는 곳이다. ‘중구’ 이름을 가졌던 다른 도시들처럼 이곳 역시 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가장 번화한 도심이었다. 하지만 신도시 또는 부도심 개발 붐이 일어나며 중구는 침체하기 시작했다. 이내 상권이 이동하고 ‘원도심’이라고 불리면서 북적이던 사람은 온데간데없는 조용한 동네가 돼 버렸다.
그러던 중구가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중앙전통시장’이 있었다. 시장 내 골목 390m를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생활형 관광 야시장’을 목표로 ‘울산큰애기야시장’을 조성했다. 시장 내 야시장 거리는 식품 판매대 35개와 상품 매대 1개를 설치해놓고 월요일을 제외한 주 6일간 오후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문을 연다.
야시장과 인접한 만남의 광장에서는 지역 문화단체 공연이 이어진다. 버스킹 공연까지 이뤄져 야시장을 찾는 관광객과 주민에게 문화적인 즐거움도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 시장에 있던 포장마차를 새로 단장하고, 지역민이 운영하는 푸드트럭도 세워 간단한 먹거리까지 더한다. 이렇게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를 더한 야시장은 지난해 11월 문을 연 후 6월까지 220만명이 다녀가는 성과를 올렸다.
야시장 성공을 발판으로 울산시 중구는 원도심 전역을 역사탐방, 산업문화, 패션문화, 생활문화, 음식문화, 근대예술탐방 등 6개 골목길 투어 코스로 개발하는 거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산을 대표하는 남부시장 역시 원도심인 중앙동에 있다. 또 남부시장과 인접한 삼일로는 옛 터미널이 신도시로 옮겨간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데, 울산큰애기야시장 사례를 양산시에 적용한다면 남부시장을 더 큰 관광자원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 울산시 중구 중앙전통시장. |
ⓒ 양산시민신문 |
↑↑ 양산 남부시장. |
ⓒ 양산시민신문 |
‘통도사’라는 문화유산 활용한 특색 있는 거리 만들기
양산하면 ‘통도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통도사는 양산이 활용할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가장 먼저 손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하북면은 통도사 말고는 다른 볼거리가 생각나지 않는 곳이다. 이에 양산시는 지난 2012년부터 하북면 지역경제와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해 ‘하북면소재지 종합정비사업’을 추진하고 통도문화예술거리를 조성했다.
통도문화예술거리는 통도사 주변 중심거리인 ‘신평중앙길’을 정비한 길이다. 신평중앙길이 가졌던 옛 명성을 찾고 상권 역시 부활시키기 위해 지난해 5월 조성을 완료했다. 거리 중앙에 있는 통도아트센터에서 주민을 위한 공연을 진행하고 양산시와 지역 카페가 진행한 프리마켓이 몇 차례 열린 것 말고는 아직 문화 콘텐츠는 비어 있는 상황이다.
불교 문화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만큼, 이곳에 있을 콘텐츠 또한 통도사, 불교와 연결한다면 통도문화예술거리만의 특색을 발견하기에 좋을 것이다. 물론 불자가 아닌 관광객까지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라면 두말할 것 없다. 그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천연염색’이다. 통도사 서운암에서도 해마다 천연염색 축제를 열고 있고, 통도사 주변에도 천연염색 공방과 천연염색 옷 등을 판매하는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시 창신동 봉제거리도 ‘봉제’라는 특유의 문화 콘텐츠로 거리와 마을을 알리고 있다. 1970년대 소규모 봉제 업체가 몰려있던 이 거리 전체를 봉제문화 박물관으로 만들고, 봉제를 포함해 목공예, 가죽공예 등 주민과 방문객을 위한 체험공간을 만드는 등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통도문화예술거리가 천연염색 역사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그 역사를 지금부터 써보는 시도를 하는 것도 거리에 문화를 입히는 일일 수 있다.
↑↑ 서울시 창신동 봉제거리. |
ⓒ 양산시민신문 |
↑↑ 양산 통도문화예술거리. |
ⓒ 양산시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