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말을 둥글게 하는 버릇이 있다
오느냐 가느냐라는 말이 어머니의 입을 거치면 옹가 강가가 되고 자느냐 사느냐라는 말은 장가 상가가 된다
나무의 잎도 그저 푸른 것만은 아니어서 밤낭구 잎은 푸르딩딩해지고 밭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면 일항가 댕가 하기에 장가 가는가라는 말은 장가 강가가 되고 애기 낳는가라는 말은 아 낭가가 된다
강가 낭가 당가 랑가 망가가 수시로 사용되는 어머니의 말에는
한사코 ㅇ이 다른 것들을 떠받들고 있다
남한테 해코지 한 번 안하고 살았다는 어머니
일생을 흙 속에서 산,
무장 허리가 굽어져 한쪽만 뚫린 동그라미 꼴이 된 몸으로
어머니는 아직도 당신이 가진 것을 퍼 주신다
머리가 발에 닿아 둥글어질 때까지
C 자의 열린 구멍에서는 살리는 것들이 쏟아질 것이다
우리들의 받침인 어머니
어머니는 한사코
오순도순 살아라이 당부를 한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둥글게 하는 버릇이 있다
이대흠 시인
1968년 전남 장흥 출생. 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하고 ‘현대시 동인상’, ‘애지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시힘’의 동인이며 시집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1997, 창작과비평사), ‘상처가 나를 살린다’(2001, 현대문학북스), 산문집 ‘그리운 사람은 기차를 타고 온다’(2000, 다지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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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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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 하나에도 뾰족하게 부딪치는 일상인들에게 어머니의 ‘ㅇ’ 받침의 말들은 부드러우면서도 따끔한 깨우침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시란 것이 언어를 매개로 한 예술이 틀림없다면 모국어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살린 이런 시들이 본질적인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