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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골 중학교 야구부 기적을 일구다..
문화

시골 중학교 야구부 기적을 일구다

안창민 기자 ijcenter@ysnews.co.kr 입력 2013/01/22 10:03 수정 2013.01.22 10:04
원동중 야구부, 창단 2년만에 첫 우승

소년체전 경남대표 목표, 동계훈련 매진





올해 첫 공식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013년 전망을 밝히고 있는 원동중 야구부 꿈나무들이 다가오는 소년체전 출전을 위해 동계 특훈에 매진하고 있다.

전교생 38명, 조그만 시골 야구부에서 기적을 이뤄내고 있는 꿈나무들의 훈련 현장을 찾아가봤다. 

‘집중 또 집중’ 훈련은 실전처럼

“집중해, 공을 끝까지 보란 말이야”, “무사 1, 2루 집중하자”

지난 18일 금요일, 원동중학교 운동장에서 우렁찬 기합소리가 이어졌다. 바로 어제까지 경주시장배 대회에 참가했지만, 곧 또 다른 대회가 있어 쉴 틈 없이 훈련이 이어진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훈련은 끝나는 시간이 없다. 훈련 일정은 오후 5시까지지만 그 시간에 훈련을 마치는 선수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스트레칭과 체력훈련으로 시작하는 훈련은 이후 수비 전술 훈련과 팀플레이 훈련으로 이어진다.

수비 전술 훈련이란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으로 실제 경기에서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몸이 먼저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훈련이 곧 실전인 셈. 그러나 미리 어떤 상황이 생길지 알고 있어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다음 플레이를 계속 생각하란 말이야, 공에 집중해” 수비수에게 볼을 쳐주는 신민기(33) 코치의 호통이 이어진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우렁찬 기합으로 스스로와 친구들을 다독인다. 

점심 이후 이어진 오후 훈련. 평소에는 타격훈련과 개인훈련이 진행되지만 오늘은 오후에도 계속 수비훈련이 이어졌다.

지난 대회에서 타격은 우수했지만 수비에서 약점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훈련에서도 계속 실수가 나온다. 생각처럼 되지 않는 훈련에 아이들의 마음은 속상하기만 하다.

야구를 위해 서울에서 전학 온 김태우(17, 3학년) 선수는 “늦은 밤까지 연습해도 계속 실수가 이어질 때마다 저 자신에게 실망스러워요. 그래도 노력하는 수밖에 없잖아요”라며 애써 웃어 보였다.

공식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은 각자 개인 훈련에 돌입했다. 야구는 개인의 특징과 역할이 다른 만큼 수비 훈련 외에는 선수 개개인에 맞춘 훈련이 진행된다. 투수만 보더라도 5명 모두 훈련과 집중 육성 방향이 제각각이다.

차가운 밤 공기에 배팅과 투구연습을 이어가던 선수들은 늦은 저녁이 돼서야 훈련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열악한 환경, 기적을 일구다

지난 2011년 3월 양산지역 최초로 중학교 야구부를 창단한 원동중은 모든 것이 도전이었다. 특히 한때 폐교위기까지 몰렸던 원동중은 학교 사정상 시설이나 운영면에서 모든 것이 열악했다. 그 흔한 배팅기계는 물론 실내 연습장도 없어 여름과 겨울, 언제나 운동장에서 연습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지역 내에 우수한 실력으로 평가받는 초등학생 리틀 야구단이 있지만 부모들은 아무도 원동중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좋은 경력이 필요한 운동부의 특성상 검증 안 된 신생팀에 아이들을 보낼 부모는 아무도 없었다. 아이를 입학시키고자 방문했던 부모들도 열악한 시설과 숙소 문제로 발길을 돌렸다.

결국 원동중 야구부에는 주로 타 팀에서 후보로 뛰고 있거나 실력이 부족해 갈 곳이 없는 소위 ‘2군’선수들이 입학했다.

신종세(58) 감독은 “처음 야구부를 맡았을 땐 야구부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원동중 야구부의 성과 뒤에는 아이들의 노력과 함께 선수단을 지도하고 있는 신종세 감독과 이규용 교장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컸다.

이 교장은 기본이 제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학교 야구부 우수 사례 등을 틈나는 데로 스크랩해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또한 야구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결과 일반학생들보다 수업태도가 더 좋아졌으며 이는 야구부 선수들에 대한 교사들의 호감과 응원으로 이어졌다.

국민타자 이대호 선수의 은사로 잘 알려진 신 감독은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기본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실천했다.

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야구를 시작했다”며 “이런 선수들에게 반복되는 기본기 훈련은 그 무엇보다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을 거치면서 기본기는 물론이고 선수들이 운동을 왜 해야 하는가를 알게 됐고 정신적으로 큰 발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 17일까지 열린 경주시장배 전국 야구대회에서 창단 2년 만에 첫 우승을 일궈냈다. 가히 ‘기적’이었다.

이러한 성과를 발판으로 원동중 야구부에 대한 지원도 이어질 계획이다.

이 교장은 “양산시체육회의 협조를 받아 인조잔디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며 “지역 인재들이 더 이상 외지로 나가지 않도록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춰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년체전 경남대표 출전을 목표로

한편 원동중 야구부는 오는 3월 제42회 전국소년체전 경남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있다.

신 감독은 “스스로 피나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성공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 동계훈련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한 야구인을 만드는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선수들도 의욕이 넘친다.

“첫 우승을 이뤄냈으니 앞으로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소년체전 대표로 뽑혀 저희의 실력을 보여주겠습니다”

박웅(17, 3학년) 주장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기적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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