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욱 비엔씨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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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상권 침해할 생각 없다”
그런데 양산에 있는 비엔씨 매장은 이른바 ‘목 좋은 곳’으로 불리는 일반 상가 또는 주거지역에는 매장이 없다. 정작 ‘잘 팔릴 것 같은’ 지역엔 없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김준욱 비엔씨 대표(57)는 “주변 동네 빵집에 영향을 미칠까 봐”라고 설명했다.
“물금에 공장을 지은 데 비해 양산지역은 매장이 적죠. 사실 최소 1~2개 정도는 매장을 늘려야 공장 운영의 손익이 맞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자리 잡은 일반 빵집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현재 위치에만 매장을 열었죠. 추가 매장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심사숙고하는 중입니다”
실제 양산지역 매장 매출은 기대 이하였다. 각 매장의 위치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규모 역시 ‘매장’이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인 곳도 있다. 김 대표가 가장 기대했던 양산부산대학병원 매장은 병원 매점 내부에 별도의 판매대만 설치해 규모가 3평 남짓이다. 매출의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매장은 쉽게 못 늘리겠어요. 양산에서 1년 정도 빵집을 운영하고 나니 더욱 그래요. 이제 아는 사람, 친한 빵집주인들도 늘어났는데 그 사람들 가게 옆에다 새로운 매장을 세울 수는 없잖아요”
대형자본과 싸움은 밀리지 않아
김 대표가 현재 대한제과협회 부회장을 맡아 지역 제빵 업체들의 성공과 생존을 위한 소통, 제빵기술사 배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동네 빵집과의 경쟁만큼은 피하고 싶다는 김 대표. 하지만 프랜차이즈 빵집과의 경쟁은 언제든 환영이다. 본사 자본력이나 마케팅 능력에서는 밀리겠지만, 맛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재료를 아끼지 않음은 물론이고, 가장 맛있는 빵을 생산하기 위해 최고의 기계를 도입하는데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게 비엔씨의 기본 철학이다.
실제 지난 2000년 부산 1호점(본점)인 광복점 바로 맞은편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섰다. 3년간 적지 않은 고객들이 빠져나갔지만 끝내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맛에 대한 인정 때문이다. 물론 3년 후 떠나갔던 고객들의 발길을 다시 돌아오게 했고 지금까지 꾸준히 고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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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내 비엔씨 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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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씨 빵집의 인기 비결 99%가 ‘맛’이라면 나머지 1%를 채워주는 것은 바로 ‘나눔’이다. 비엔씨는 매월 하루를 지정해 현금 매출 전액을 지역 사회에 기부한다. 또한, 아침에 만들어 저녁까지 팔지 못한 빵은 어김없이 주변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진다.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2006년에 제가 대표로 취임하고 나서 지금까지 부산지역에만 1억원 넘게 기부한 것 같네요. 계산해 본 적은 없지만…. 양산지역에도 많은 기부를 하고 싶은데 아직은 욕심에 못 미치죠. 하지만 이제 1년이 지났고 매장도 점차 성장해 가는 만큼 기부도 계속 늘려갈 생각입니다”
맛을 위해 매장은 언제나 직영으로만 운영하고, 제빵 기술자에게 생산의 대부분 권한을 일임하는 비엔씨. 자본의 논리 대신 더불어 사는 삶을 선택한 비엔씨가 창립 30년 만에 150여명의 고용과 100억원대의 매출이 가능한 이유는 이처럼 기본에 충실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실천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