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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효암고 이내길 교장, 교단 떠나던 날
"당신과..
교육

효암고 이내길 교장, 교단 떠나던 날
"당신과 함께한 10년 참 행복했습니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09/01/13 16:17 수정 2009.01.13 04:26
평교사에서 공모제 통해 교장 임명

제자반성문 담긴 저서 출간해 화제

10년 동안 효암고, 명문고로 발돋움

ⓒ 양산시민신문
지난 7일은 효암고 졸업식이 있던 날이자 40여년간 교단을 지켜온 이내길 교장이 퇴임하는 날이었다.

졸업생들에게 졸업장이 수여되고, 많은 장학금이 전달되고, 또 여러 내빈들의 축사가 끝이 나고, 드디어 이 교장의 퇴임사가 시작되자 모두들 숨죽이며 이 교장의 마지막 훈화를 기다렸다.
 
"작은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거라. 이상 끝"
지켜보는 이들 모두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내길 교장 선생님이시니까…'
 
지겨운 시간을 줄이자며 아침 조례ㆍ종례를 모두 없애고, 신학기를 앞당기자며 1월에 조기 졸업식을 하고, 수능을 마친 고3에게 꼭 필요하다며 음주 가상 체험 시간을 마련했던 실로 독특한(?) 이 교장이기 때문에 짧은 훈화 따위는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정확히 41년. 그동안 고집스럽게 교육자의 길만 걸어왔던 이내길 교장이 교단을 떠난다.
 
"아직 할 일이 남았는데, 떠나라고 하네요.(허허) 개운중에서 1년 6개월, 효암고에서 8년 6개월. 10년에 접어드니 이제 눈을 감고도 학교 구석구석이 머릿속으로 다 보이는데…"
 
이 교장은 참으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평교사에서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감을 거치지 않고 바로 교장이 됐으며, 교대 출신으로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대학 강단까지 섭렵한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독특한 학교 경영으로 소문나 있는 이 교장은 자신을 교육자가 아닌 장돌배기이자 행정가로 불러달라고 한다.
 
"교장은 세일즈맨이죠. 학교 발전을 위해 이곳저곳에서 세일즈 하는 것이 교장의 일입니다"
 
이 교장의 노력은 효암고를 명문고 반열에 올려놓았다. 만약 명문고가 우수대학 진학률로 평가되는 것이라면 효암고는 양산지역의 명문고임에 틀림없다. 4년 연속 서울대 진학생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양산지역에서 드물게 3명의 서울대 진학생이 나왔고, 올해는 서울대 수시합격만 벌써 3명째다.

하지만 자율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효암고는 대학진학뿐 아니라 자유분방한 동아리 활동, 자율학교로서의 교육환경 조성, 효암장학회를 비롯한 수많은 장학금 혜택,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학교동창회 등이 바탕이 되어 명문고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또 이 교장은 교사시절 학생들에게 받았던 800여 통의 반성문을 소재로 제자들의 진심과 추억이 담긴 '쓴맛이 사는 맛'이라는 책을 출간해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독특한 내용과 구수한 서부경남 사투리로도 구성돼 주목을 받았지만 무엇보다도 제자들의 반성문을 누렇게 빛이 바랄 때까지 간직하고 있었던 이 교장의 각별한 제자사랑이 큰 이슈가 됐었다.
 
퇴임식이 있던 날, 시종일관 강직한 모습만 보였던 이 교장이 두 번의 눈물을 흘렸다. 아끼던 제자가 먼저 눈시울을 붉히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을 때와, 함께 일했던 교사들의 마음이 담긴 송시가 낭독됐을 때. 이날 이 교장의 눈물은 '쓴맛이 사는 맛'에 적혀 있는 글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다시 태어나도 선생 할 거냐고 물으면, 물어 보나마나지. 선생이 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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