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산시민신문 |
일흔을 코앞에 둔 노장의 몸에서 울려 퍼지는 깊은 음색은 삶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는 기립박수가 울려 퍼졌다.
양산을 대표하는 테너 엄정행 교수의 데뷔 40주년 기념 독창회가 본사 창간 5주년 행사로 지난 16일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이 날 독창회는 추운 겨울을 모질게 견뎌내고 활짝 피는 목련화처럼 음악을 통해 시민들에게 어려운 경제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여유와 희망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추운 날씨 속에도 수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대공연장은 금세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척박한 환경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로 자리 잡은 엄정행 교수 역시 고향에서 처음 가지는 독창회를 앞두고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무대를 여는 첫 곡은 한국인의 대표적인 애창곡인 금수현 작곡의 ‘그네’였다. 젊은 시절, 맑은 음색과 소년처럼 순진한 미소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엄 교수는 그간 세월을 담아낸 원숙한 음색으로 결이 고운 모시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입은 처녀가 평화롭게 그네를 타는 풍경을 그려냈다.
연이어 ‘나물 캐는 처녀’와 ‘비목’, ‘청산에 살리라’로 한국 가곡의 진수를 보여준 엄 교수는 ‘Caro mio ben’과 ‘Non ti scordar di me’로 서양 가곡의 색다른 매력을 관객에게 전했다.
일흔을 앞두고 있는 노장이란 말이 무색하게 8곡을 연이어 부르는 그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보단 삶의 노련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2부는 본사 어린이 심포니에타(지휘 박승희)의 특별 공연으로 막을 열었다. 심포니에타 단원들은 ‘Gabriel’s Oboe’와 베토벤 소나타 ‘비창’, ‘경복궁 타령’을 능숙하게 연주해보여 창단 2년의 설익음을 덜어냈다는 평이다.
이어 소프라노 정미순의 무대가 이어졌고, 드디어 엄 교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선구자’와 ‘뱃노래’, ‘가고파’로 관객의 가슴을 애절하게 파고든 그의 음성은 마지막 곡인 ‘목련화’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곡인 ‘목련화’를 부르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고향을 향한 짙은 그리움과 찬란한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곡이 끝나자 대공연장은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브라보”를 외치는 소리로 가득 찼다.
이 날 공연은 두 시간에 달하는 긴 시간이었음에도 엄 교수의 호흡을 완만하게 유지하는 체력과 나이를 잊은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는 평이다.
엄 교수는 “이제 내게 남겨진 시간이 너무 짧기에 조급한 마음으로 독창회를 준비했다. 추억과도 같이 내 노래를 기억하고 함께 불러주는 모든 이를 위해 앞으로도 혼을 담아 노래를 부르겠다”라며 고향에서의 첫 무대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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