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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액션”
정적을 깨는 외침이 들리자 제법 진지한 표정의 한 아이가 카메라 앞에 나선다. 카메라를 맨 아이는 연기하는 아이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고, 시나리오를 손에 든 아이는 연신 책자를 넘기며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고 있다.
또 조명기구, 소품, 의상 등을 들고 각자의 위치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프로 영화촬영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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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촬영, 편집까지
학생들이 직접 영화제작해
방과후활동을 통해 이색적인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는 천성초등학교는 미래 스타감독을 키우는 작은 영화학교로 유명하다.
2007년 3월 방과후 영화제작활동을 시작으로 특별활동부로 영화제작부가 설치되면서 천성초 아이들은 영화의 매력 속에 흠뻑 빠져있다.
32명의 학생들로 만들어진 영화제작부는 아이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 편집 그리고 상영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관련된 모든 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물론 교사들도 함께 영화교육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천성초에서 영화는 아이들과 교사 그리고 학교를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이같은 열정에 힘입어 지난해 7월 경남교육영상축제에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출품, 금상 1편, 은상 1편, 장려상 4편 등 모두 6편의 작품이 값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를 시작으로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경쟁부문 입상, 친구사랑 UCC공모전 우수상, 경남초등학생 영상제작 경시대회 편집상 등 각종 대회를 휩쓰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경남교육영상축제에서 ‘득구의 봄’이라는 작품을 통해 금상을 수상한 조성무 학생은 “짝사랑하는 선생님과 연인인 남자 선생님을 질투하는 주인공 득구 역할을 맡았는데, 촬영 내내 무척이나 즐거웠다”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영화사랑이 뜨겁다보니 천성초는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영화제작부 외에도 다수의 영화동아리가 아이들 자체적으로 조직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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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모아 완성하는 영화
그 속에서 협동심을 배워
“영화는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서정배 교장은 영화제작이 주는 교훈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하다. 서 교장은 “영화는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하는 공동작업”이라며 “시나리오, 소품, 카메라, 조명, 음향, 감독, 편집 등 한 사람의 참여라도 없으면 진행하기 힘든 과정이 영화제작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협동심과 타인을 위한 배려를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천성초의 모든 교사들은 영화제작 교육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해, 각종 영상관련 연수를 통해 효율적인 교육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실력을 갖춘 교사들이 많다보니 양산지역에서 개최되는 합주대회, 독서토론대회 등 각종 행사의 영상제작을 천성초에서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영화제작부 강성철 책임교사는 “영화제작부 활동을 하는 아이들은 친구들 앞에서 남다른 자신감을 보이며, 하루하루가 다르게 협동심도 늘고 있다”며 “또 수상여부와는 상관없이 힘들게 만든 한편의 작품을 대회에 출품하면서 노력에 성취감을 느끼고 있으며, 더불어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부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카메라 앞에서 주목받고 있는 주인공 뿐 아니라 카메라 뒤에서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까지 알고 있는 아이들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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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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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생활’ 도서관은 ‘우리 집’
기발한 아이디어로 영화제작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천성초 아이들의 창의력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바로 독서를 통해 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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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초는 영화제작활동과 더불어 독서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이승재 연구부장 교사는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지만 정작 학교도서관을 즐겨 찾는 아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도서관을 즐겨 찾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가고 싶은 공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천성초 도서관은 2인 1조로 구성된 학부모 사서 도우미의 도움으로 항상 문이 열려 있으며, 쾌적하고 안락한 환경으로 아이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쉼터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또 1층 로비에 꾸며져 있는 열린 도서관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독서를 생활화하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공간이다. 특히 이곳에 보관돼 있는 장서들은 집에 있는 헌 책을 아이들이 직접 학교에 기증한 것으로 ‘아나바다 실천’의 교훈도 주고 있다.
매일 아침 8시40부터 9시까지 20분간 아이들과 담임교사와 함께 둘러앉아 독서를 하는 ‘사제동행 아침 책읽기’ 시간 역시 독서를 습관화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또 독서활동 학습지 제작, 도서바자회, 독서골든벨 등 다양한 독서관련 행사들을 통해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독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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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정배 교장
“천성초의 젠틀맨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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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기자가 서정배 교장을 만난 날, 인터뷰 도중 갑자기 서 교장이 자신의 무릎을 딱 치며 무언가 잊어버렸던 것을 생각했다는 듯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의아해 하고 있는 기자에게 이영석 교감이 “교장 선생님은 모든 교직원들의 생일날 직접 쓴 편지와 꽃다발을 교무실로 배달해 줘요. 오늘이 우리 교사 중 한명이 생일이거든요”라고 살짝 귀뜸해 준다.
36여년간 올곧이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서 교장은 교사의 역할은 교육이고, 그 교육을 신명나게 할 수 있게 뒷받침해주는 것이 바로 자신의 일이라고 말한다.
“학교는 하나의 조직으로,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서는 구성원간의 유대와 화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사들이 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행정적 디딤돌 역할을 해주는 것이 학교장의 몫이죠”
이처럼 한없이 관대할 것 같은 서 교장도 교사들에게 엄격하게 지시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아이들의 인성교육.
서 교장은 남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때문에 천성초 아이들은 학교 내에서의 예절교육 뿐 아니라 매년 지리산 청학동 서당을 찾아 효와 예를 배우고 있다.
“공교육의 기본은 ‘인성’이라고 하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 바로 천성초의 젠틀맨을 만드는 것이 제 교육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