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영어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삽량초 5학년 교실. 단어를 쉽게 익히도록 도와주는 영어게임이 한창이다. 영어 원어민 교사 크리스틴 타라번 씨가 칠판에 알파벳이 들어갈 빈칸을 만들고는 "Let's fill in the blank(빈칸을 채워봅시다)"라고 말하자 아이들이 일제히 손을 번쩍 들며 "A!", "D!"를 외친다. 알파벳이 하나 둘 채워지고 한 아이가 "Teacher! I got it. 'MEMBER'"라며 손을 들자 교사가 "That's right"라고 외친다. 다른 아이들은 아쉬움의 탄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영어단어를 배울때 알파벳을 수십번씩 쓰고 외우던 기억이 있는 기성세대에게는 다소 낯선 모습이다. 하지만 양산지역 학생들에게는 이제 이런 수업이 익숙하다.
2학기부터 양산지역 전체 초ㆍ중ㆍ고교에 원어민영어보조교사가 배치됐다. 기존에 원어민영어보조교사가 있는 6개 학교를 제외한 50개 학교 가운데 2개 학교당 1명씩 모두 28명의 원어민영어보조교사가 배치, 정규 영어수업시간에 한국인 교사와 함께 협력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이 사업은 시가 9억8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원한 것으로, 학생들의 영어 학력향상과 사교육비 경감을 위하고, 선진 외국어 교수ㆍ학습방법 습득을 통해 영어교육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이다.
삽량초 조용완 영어전담 교사는 "처음에는 원어민 교사가 낯선지 아이들이 통 말이 없어 수업시간이 너무 조용했는데, 이제는 원어민 교사랑 눈 한 번 마주치고 대화해 보려고 아이들끼리 경쟁이 대단하다"며 "방학 중 영어캠프나 영어학원에서나 체험할 수 있는 원어민수업을 학교에서 들을 수 있어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원어민 교사는 영어수업 외에 일반 교사들의 영어회화 연수 지도, 방학 동안의 영어캠프 지도 등 다양한 업무도 수행하게 된다. 시는 이를 위해 내년에는 학교별 1명의 원어민 교사가 배치될 수 있도록 예산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원어민영어보조교사 제도에 대한 몇가지 아쉬움도 지적되고 있다.
애초 이달 1일부터 양산지역 전체 초ㆍ중ㆍ고교에 배치되기로 했던 원어민 교사가 19일 현재 30개 학교 18명의 교사만 배치된 상황. 이는 최근 원어민 교사의 학교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급이 부족해 원어민 교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둘러 원어민 교사를 데려오다보면 석사학위만 소지하고 교육경력이 없는 소위 2등급 교사가 채용될 수밖에 없어 교사자질 등 또 다른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또 원어민 교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학교별로 각각 원어민 교사의 운영지침과 수업 매뉴얼 등을 정교하게 개발해야 한다는 것. 한국인 교사와 원어민 교사 모두 협력수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자칫 원어민 교사는 '살아있는 녹음기'의 소극적인 역할만 할 가능성도 있어 구체적인 수업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교육청 관계자는 "교사 부족으로 인해 채용시기가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9월 중 모두 채용될 예정으로 2학기 영어수업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또 장기적인 과제로 수업 매뉴얼과 관리 시스템 등의 개발에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