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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자수첩] 어린이는 여전히 어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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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어린이는 여전히 어린이다

조원정 기자 vega576@ysnews.co.kr 입력 2007/05/01 00:00 수정 2009.02.18 11:42

“어린이날 선물요? 저는 부모님의 마음을 받고 싶어요. 그리고 놀이동산 대신 부모님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어요”

지난달 25일, 어린이날에 아이들이 받고 싶어하는 선물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휴대전화, mp3, 노트북의 대답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으니 그저 부모님 사랑이면 된다는 가슴 뭉클한 대답이었다.

5월이다. 푸르름이 절정에 달하는 5월은 어린이의 날이다. 어린이날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아빠 엄마 손잡고 놀이동산에 놀러가는 모습이 그려진다면 당신은 아이들과 교감하지 못하는 세대다.

“요즘 애들은 옛날과 너무 달라”라는 말이 어느새 입버릇처럼 돼버렸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요즘 초딩들은 버릇없는 것이 아니라 무섭기까지 하다. 받고 싶은 선물이 뭐예요? 라는 질문에 거침없이 “현금 1백만원이요~!”를 당당히 외치는 아이들.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남은 잔돈을 귀찮다며 휴지통에 버리는 모습에 어른들은 뒤로 넘어간다.

어디 그뿐이랴. 집단 따돌림은 기본이고 음주가무는 웬만한 어른들을 능가한다.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는 초등학생에게 훈수를 잘못했다간 오히려 구타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네티즌들 사이에선 초등학교 방학기간을 ‘초딩들의 대반란’이라며 외출을 삼갈 것을 부탁한다.

그런 무서운 초딩들의 날인 어린이날이 왔다. 어린이날 선물 한 번 잘못하면 1년간 아이들 눈치를 봐야한다는 요즘 부모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어른들은 모든 어린이들을 초딩으로 보는 것은 아닐까. 아직은 맑고 순수한 ‘어린이’가 있는데 너무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부모님 마음이라며 눈물을 글썽이던 그 아이에게 어떻게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냐고 물으니 눈가에 눈물까지 맺히며 부모님이 자신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하신다며 울먹인다. 그런 아이를 보고 친구들은 옆에서 효자났다며 놀리기 바쁘다. 나 역시 ‘짜식, 대단한데~’라며 그냥 웃어 넘겼다. 목에서 뭔가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 땅의 희망이라면 그 희망을 낳은 부모는 이 땅의 구세주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사람들은 부모라는 이름으로 뻔뻔해진다.

요즘 아이들이 버릇없다며 고개를 흔드는 어른들. 하지만 어린이는 여전히 어린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대도 어린아이의 순수함은 여전히 우리가 지켜줘야 하는 보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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