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기자에게 준 최초의 동화는 피노키오다. 거짓말을 하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진다고 굳게 믿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순수했기에 속을 수 있었던 거짓말이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진다면 이 지구는 코쟁이들로 서있을 자리가 없으리라. 거짓말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세상이 거듭 발전해 갈수록 사람들의 ‘거짓말 실력’이 현란해지고 있다. 연극 ‘라이어 3탄’은 이렇게 거짓말이 대세인 세상에서 거짓말을 피하지 말고 차라리 즐겨보자고 말한다.세상을 제 것 마냥 주무르던 대통령이 통장 잔액이 29만원 밖에 안 된다며 국민들에게 동정표를 받고자 눈물짓는 세상. 이렇게 가진 것이 넘치는 이들도 더 가지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판국에 가진 것 없고 배고픈 서민들이 하는 거짓말이 뭐 그리 큰 대수인가. 이것이 주인공 영호의 거짓말이 힘을 얻는 이유다. 평생 은행창구에서 성실히 일하고 착하게 살아온 대가가 쥐꼬리만 한 월급에 직장상사 눈치나 보며 허덕이는 삶이라면, 어느 누가 눈앞에 떨어진 일확천금을 놓칠까.그런 남편을 이해할 수 없다며 도망가기를 거부하는 아내가 오히려 ‘착한 척’하는 비현실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열심히 살아봤자 돌아오는 건 삶에 허덕이는 자신뿐인 세상. 이런 세상에서는 남편을 버리고 돈을 쫓아 친구 남편을 따라 가는 선혜가 더 어울린다. 그러기에 관객들은 착한 아내에게 동화되지 못하고 약삭빠른 선혜에게 더 끌린다.90분 동안 배꼽 빠지게 웃으며 시원하게 속을 비워낼 수 있었던 것은 영호의 거짓말에 주저 없이 동행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연극이 진행되는 시간동안 ‘내가 영호였으면..’하고 바라는 사람이 과연 한 명도 없었을까. 돈만 있으면 귀신까지 부릴 수 있는 세상. 돈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 하는 것도 당연한 세상. 영호는 그런 세상이 낳은 잘못된 소시민의 일그러진 영웅이다. 그래서일까. 눈물까지 흘리며 배를 잡고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 즐거운 거짓말에 동참했다는 사실에 하늘보기가 잠시 머뭇거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