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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권위 시대

“정치인이 체통 없이 저래서야”
‘권위’가 당연시되던 정치풍토에서
바야흐로 ‘탈권위 시대’로 변화
보여주기식 정치 쇼라는 폄훼에도
국민이 지지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눈높이에 맞춰 반응하기 때문
정치의 품격은 권위에서 나오지 않아

홍성현 기자 / redcastle@ysnews.co.kr입력 : 2018년 07월 24일
 
↑↑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고대 중국 제(齊)나라 왕이었던 경공이 당대 대학자였던 공자(孔子)에게 ‘정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고 대답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을 자식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즉, 왕이 왕답게 처신한다면 나라가 평안하고, 백성이 행복할 것이라는 뜻이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 바로 태평성세의 시작이자 정치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정치에서는 공자가 주창했던 ‘군군 신신 부부 자자’의 참뜻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았다. 임금은 임금의 권위를 내세우고, 신하 역시 각자 자리에 맞는 권위만 찾고 있다. 작은 마을행사에서까지 지나친 의전과 격식을 따지며, 정작 행사의 본질은 온데간데없는 상황이 반복됐던 것이다. 
고(故) 오근섭 양산시장 재임 시절,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김양수 의원과 행사장 의전을 놓고 벌였던 신경전은 아직도 회자되는 일화다. 내빈을 소개할 때 누구 이름을 먼저 불렀느냐를 문제 삼아 행사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으며, 심지어 시장과 국회의원 자리를 통로를 사이에 두고 떨어뜨려 배치하기도 했다. 사실 양산시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중앙부처는 물론 각 지자체까지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줬다. 그는 명색이 교황이다. 아니, 무려 교황이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 최고지도자다. ‘교황’이라는 명칭은 권위의 상징과도 같은 말이다. 그런 그가 방탄 리무진 대신 1천600㏄짜리 작은 차를 탔다. 특별 제작한 의자 대신 낡은 의자에 앉았고, 꽃동네 장애아동들 공연은 아예 서서 봤다. 커다란 방명록에는 한쪽 귀퉁이에 보일까 말까 하는 작은 크기로 이름을 남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정수기에 물을 받으러 가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초청 오찬에서 쓰러진 의자를 일으켜 세워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소식이 뉴스로 전해질 정도였던 상황에서 교황의 행보는 충격적이었고, 많은 사람이 그에게 열광했다.

하지만 어느덧 우리 정치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바야흐로 ‘탈권위의 시대’가 됐다. 권위를 내려놓고 벗어버리면 임금이 임금이 아니게 된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고, 보여주기식 정치적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폄훼도 있지만, 특권과 특혜를 내려놓고 스스로를 낮춰 진정한 권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민선 7기 단체장들 행보에서 두드러진다. 경남만 살펴보더라도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공식 첫 출근이었던 지난 2일 백팩을 메고 나타났다.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그리고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가방을 든 비서들 수행을 받으며 위풍당당 출근하는 모습과 사뭇 다르다. 김 지사는 출ㆍ퇴근할 때 하는 청경들의 경례도 없앴고, 불필요한 의전이나 행사도 대폭 간소화하라고 당부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도 자신의 승용차를 직접 운전해서 출근하고 있다. 그동안 비서진이 운전하는 관용차량을 이용했지만 2기부터는 급한 출장 외에는 직접 출ㆍ퇴근하기로 했다.

김일권 양산시장 역시 탈권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집무실을 1층으로 옮겼다. 기존 여성가족과 자리다. 선거 때부터 열린 시장실을 약속했던 김 시장은 집무실을 옮기면서 ‘소통’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관용차량도 기존 대형RV 대신 준중형급 전기차로 바꿨다. 기존 차량은 직원 장거리 출장용으로 용도를 전환했다. 김 시장 역시 장거리 출장 땐 배차 신청을 해야 한다.

“체통 없이 저래서야 되겠나?” 우리는 소위 ‘높으신 분들’ 혹은 ‘높은 자리’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하고, 장관은 장관다워야 하며,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다워야 하고, 시장은 시장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과장된 거짓 폼 잡기가 권위인 양 착각하는 시대를 살아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치의 품격은 권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덧붙여, 설령 정치인들의 변화가 보여주기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환영한다. 이제 그들도 시민의 눈높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홍성현 기자 / redcastle@ysnews.co.kr입력 : 2018년 0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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