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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약속의 시대

사회를 유지하는 근본은 ‘약속’
약속이 깨지는 순간, 위험이 온다
복불복, 각자도생 사회가 아닌
약속의 신뢰를 되찾는 노력 필요

이현희 기자 / newslee@ysnews.co.kr입력 : 2017년 11월 28일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자동차는 편리한 문명의 산물임이 틀림없다. 먼 거리를 손쉽게 오가는 이동수단 발명으로 우리는 보다 넓은 공간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로 위를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는 차선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누군가를 목표하는 곳으로 데려다주고 있다. 

우리가 자동차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배경에는 너무나 당연한 약속이 있다. 어떤 사람도 갑자기 차선을 바꿔 역주행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리라는 믿음이다. 자신이 가는 방향 반대 차선에서 자동차가 돌진할 수 있다는 의심이 드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운전대를 잡기 힘들다. 너무나 당연한 약속임에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는 교통사고 소식은 약속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을 낳곤 한다. 

우리는 모두 불안한 약속의 시대를 살고 있다. 편리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과학 힘을 빌려 다양한 장치를 만들고, 다른 동물과 달리 자연을 거스르는 일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인간이 자연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믿음은 이미 깨어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우리 생활은 또 다른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다. 그 편리함을 유지하는 힘은 ‘약속’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자신 차선을 지키며 운행한다는 약속처럼 수많은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는 경우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더라도 서로 지켜야 하는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약속이 깨지는 순간, 편리함이 사라지는데 그치지 않고 위험이 닥쳐온다. 

또다시 대한민국에 지진이 일어났다. 안전지대라고 여기며 살았던 수많은 사람이 마음속에 ‘의심’을 품게 됐다. 지난해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어쩌다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가벼이 넘겨버린 이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 마음속에는 ‘불안’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안은 안정성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은 원전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건을 말 그대로 바다 너머 남 일처럼 여겼던 이들 역시 작은 의심과 함께 불안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안전하다는 약속을 믿으며 애써 시선을 외면하고 있다. 불안을 의식하는 순간, 우리가 지금껏 누려온 편리함을 포기해야 한다는 불안이 더 큰 탓일까? 수많은 교통사고 소식을 접하면서도 오늘 아침에도 아무렇지 않게 운전대를 잡았을 수많은 사람처럼 말이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약속이 씨줄과 날줄처럼 엉켜 유지된다. 한 가지 약속이 깨지는 순간, 그것과 연결된 또 다른 약속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허상으로 변해버린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먹을거리는 늘 정성껏 만들어 판매할 것이란 믿음이 깨지는 순간, 편리함을 버리고 손수 먹을거리를 만드는 가정이 늘었다. 오늘도 고통 받고 있는 가습기 피해 환자 가족들은 더 이상 의심 없이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못한다. 

오랜 세월 익숙한 것을 버린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대부분 사람은 불안한 약속을 부여잡고 편리함을 유지하려는 자기합리화를 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마음속 싹트기 시작한 의심을 터무니없는 호들갑처럼 여기며 말이다. 

포항 지진 이후 또 다시 수면 위로 오른 원전 문제 역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불안이다. 한 번 신뢰를 잃은 약속은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 아무리 수많은 증거를 들이민다 하더라도 불안은 불안을 낳고 의심은 또 다른 의심에 이른다.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사회적 약속은 어느 하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연이어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커피 대신 까나리액젓을 먹어야 하는 복불복 상황은 예능 프로그램이면 족하다. 그리고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는 각자도생(各自圖生) 사회 역시 TV 속 설정에 그친다면 좋겠다. 약속이 깨지는 순간,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각자도생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만큼 끔찍한 일은 없다.

약속이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론 처음부터 다시 약속을 합의하는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불안한 약속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믿음을 되찾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누군가 입을 막는 맹신이 아니라 우리 속 의심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현희 기자 / newslee@ysnews.co.kr입력 : 2017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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