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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데스크칼럼

사과하지 않는 어른들의 나라

‘미안하다’는 표현에 인색한 우리
청소년 범죄를 바라보는 사회 시선
청소년은 어른의 ‘미래’이자 ‘거울’
강력한 처벌 이전에 우리 반성부터

이현희 기자 / newslee@ysnews.co.kr입력 : 2017년 09월 19일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쏘리(Sorry), 스미마셍(すみません)’

‘죄송합니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와 일본어 표현이다. 외국에 나가보면 습관적으로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모습을 본다. 길을 지나다 어깨를 부딪칠 때, 좁은 승강기 안으로 들어가야 할 때, 심지어 식당에서 조심스레 종업원을 부를 때도 사용한다. 서구사회에서는 자연스러운 예절이고, 일본처럼 온몸으로 익힌 미안함은 때론 부담스러울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표현은 매우 인색한 편이다. 요즘이야 글로벌 시대에 맞춰(?) 습관처럼 사용하곤 하지만 나이 들수록 좀처럼 하기 힘든 말 가운데 하나다. 굳이 연령대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식당에서 다른 사람 이목을 아랑곳 않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젊은 부모, 지하철에서 떡하니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청년,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전화 받는 이들…. 

우리 일상에서 쉽게 경험하는 미안해야할 상황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때론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이런 상황에 처하면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꺼내길 기대한다. “말 한 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로 해결할 일을 주먹다짐에 심지어 법정까지 오가는 일이 다반사다. 

최근 충격적인 청소년 범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 일이라고 넘겨버리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다.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잔인한 청소년 범죄는 대부분 사람에게 분노를 안겨줬다. 그래서일까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에는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에 수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당장 언론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소년법 폐지 또는 형사처벌 연령 인하에 공감을 나타내는 비율이 훨씬 높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여론을 등에 업고 일찌감치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비단 부산 중학생 폭행사건뿐만 아니라 불과 얼마 전 전국을 경악하게 했던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용인 벽돌 살인사건 등과 같은 청소년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인 듯 여론이 휘몰아치곤 했다. 피해자 부모 마음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청소년을 ‘미래’라고 부르며,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교육ㆍ사회제도를 고민하는 일은 당연한 책임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소년법 역시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해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性行)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기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교정’과 ‘소년의 건전한 육성’이란 목표는 ‘처벌’보다 앞선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란 말이 있다. 청소년 역시 어른이 보여주는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번 부산 중학생 폭행사건으로 분노한 많은 이들이 더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스스로 ‘미안하다’는 말을 꺼낸 이들을 찾기 쉽지 않다. 단지 아이들 일탈로 폭행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쉬울 따름이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듯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청소년에게 더 필요한 일인지 모른다. 
 
청소년 범죄는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청소년에게 어른들이 물려준 사회 모순이 청소년 범죄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 태어나자마자 경쟁을 배워야 하는 사회에서 다른 이들에 대한 예의와 공감을 배우는 일은 어른에게도 청소년에게도 늘 뒷전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사람을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수단으로 배우는 사회에서 청소년 범죄는 ‘일탈’이 아니라 ‘일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 끝이 오싹해지기도 한다.

힘없는 노동자에게 불합리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사회,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사회, 전직 대통령이 뇌물죄 혐의로 법정에 서는 사회에서 어른들은 청소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넨 적이 있었나 되돌아본다.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 도란도란 저녁을 먹는 삶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밤낮으로 맞벌이를 해야 하는 사회를 만들어 놓은 어른들의 나라에서 청소년에게 우리 어른들은 “옛날에 더 어려웠어, 지금은 배가 불러서”라며 훈계를 늘어놓기 일쑤다.

청소년 범죄를 걱정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민의 앞뒤가 바뀌었다는 의심을 좀처럼 떨쳐버리지 못한다. 강력한 처벌을 목소리 높이기에 앞서 청소년 범죄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에게도 어른들이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들려줘야 한다.
이현희 기자 / newslee@ysnews.co.kr입력 : 2017년 0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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